유학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아르바이트가 통역이다.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서 단가도 높지만
모처럼 외국사람과 외국사람이 만나기 때문에
학생으로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평소에 가 볼 수 없는 고급집에서 먹을 수록 횡재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나는 유학을 시작하면서부터 아주 우연히 우연히 통역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석사과정에 있을 때는 KBS코디네이터를 하면서 일반 사람이 가 볼 수 없는
섬에까지 가서 싱싱한 오징어회를 맛있게 먹은 적도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KBS2TV의 역사스페셜이었다.
삼국유사에 백제왕의 동생부부가 일본으로 오다 부인이 도중에 산기를 느껴 큐슈 앞에 있는 이키라는 섬에서
출산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역사스페셜 프로그램에서 그 아이가 수도를 교토로 옮긴 간무천왕의 어머니가 아닌가 하여 삼국유사의 기록된 대로 추적해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일본의 역사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벌써 10여년 전의 일인데 좋은 추억의 하나이다.
유학생활 7년동안 일요일도 거의 쉬어본 적이 없었다.
연구실 아니면 일이었다.
다행히 일이 통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연구에서의 스트레스를 일에서 풀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었다고 할까!!
통역을 하면서 동시통역을 배운적은 없지만 스스로 동시통역을 해 보려고 노력을 했었다.
노력하는 자만이 얻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그런데 오랜만에 단상위에서의 통역을 하게되었다.
법학과와 서울시립대 법학과가 5년전부터 같이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었는데
번역과 통역을 담당해 오던 한국 세법 전공의 교수가 지난 7월 갑자기 56세에 암으로 사망했단다.
심포지엄 날짜는 잡혔는데 번역과 통역을 할 사람이 갑자기 없어졌으니,,,,
심포지엄 내용이 소득세와 양도소득세에 대한 것이니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 번역과 통역할 사람을 찾을 수 없었나보나
나중에 할 수 없이 전공분야가 틀려도 부탁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었나 보다.
그게 어떻게 나에게 의뢰가 왔는데 다른 논문의 번역료보다 상당히 높았다.
마침 방학 중이었기 때문에 번역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맡았는데
심포지엄 당일 단상에 올라가서 해야하는 통역이 많이 걱정되었다.
긴장도 싫었고,,,,
그 심포지엄이 어제(10일)였다
다음부터는 단상에 올라서서 해야 하는 통역은 절대하지 말자고 다집하면서
움츠러든 마음으로 아침 일찍 교토 캠퍼스로 향했다.
돌아가신 그 교수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한 심포지엄은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졌고,,,,
참석자들이 대부분이 학자들과 세무사들이었다.
오랜만에 녹슨 동시통역으로 분위기를 제패하려고 했으나,,,,,
전문용어를 몰라서 쩔쩔매고,,,,,,(-0-)
경상도 아저씨 말을 못 알아들어서 쩔쩔매고,,,,,(-0-)
그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 분이 돌아가셔서 심포지엄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내년에도 번역과 통역을 맡아주면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오랜만에 발휘한 통역이 그리 엉망이지는 않았나보다.
한일 가교역활을 한 것 같아서 기뻤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1789년에 개업했다는 교토에서 유명한 [신천원 평팔(神泉苑平八)]이라는 요리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처음이었는데 주위 경관에 압도되었다.
요리는
1인분에 8400엔(109,552원)이었는데 역시 경관 값인 것 같았다.
내가 지불한다면 절대 이런 집에서 안 먹을거니까
좋은 경험을 한 것으로 만족해 하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왔다.
한국측 교수들도 재미있었고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