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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 2월 감상문 [도가니]

K히메 2012. 2. 11. 09:42

도가니

출판일 2009. 6. 30.

저자 지영

1963년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나왔다. 1988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세상의 변화와 여성의 현실을 투시하는 섬세한 문학적 감성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주목 받아왔다.

-출처 : 다음 책

 

몇 개월 전, 영화 도가니라는 영화가 극장가에서 내노라하는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로 인해 검찰은 인화학교에 대한 사건을 재조사에 착수했으며, 정당들은 복지법 개정안을 내놓는 등 이른바 ‘도가니 신드롬’을 일으켰다. 나 역시 입소문으로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고, 영화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책은 영화가 말하는 것의 4배는 된다는 저자 공지영의 이야기로 책을 읽게 되었다.

독후감에 대해 감상문을 쓰기 전에 도가니 영화가 개봉을 한 후 수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에 대해 후폭풍이 여론에 의해 억지로 관련당국에서 조치를 하는듯한 모습이 아직 우리사회는 성숙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사회 복지를 하는 것에 대해 사회 및 불쌍한 이웃에 대한 봉사가 아닌 단지 사업의 일환으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되어 있는 현 사회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었다. 하지만 꼭 이 사건 때문에 사회복지사업 전부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회에 대해 봉사정신으로 불쌍한 아이들에게 봉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 강인호가 사업에 실패하고 기간제 교사직으로 무진의 농아 학교인 ‘자애학원’에 발령 받고 무진에 도착하면서 시작이 된다. 이때에 무진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는 강인호의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사건들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가 학교에 오자마자 학교 측에 학교 발전 기금을 명목으로 오천만원의 금액을 강제로 지불해야 하는 등의 굴욕을 당하게 된다. 이런 학교 측의 석연치 않은 모습에 강인호는 여러 가지로 자애학원에 대한 좋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이후 자애학원의 농아들의 연이은 자살의 사건과 함께 자애학원의 교장과 행정실장, 그리고 기숙사 생활지도 교사가 자애학교의 여자아이, 남자아이를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성폭행하는 사실과 관련이 있음을 강인호는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무진의 인권운동 센터에서 일하는 그의 선배인 서유진 역시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되면서 이 사건들은 법 앞에 자애학원의 비리와 잔인함을 고발하게 되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다. 여기서 농아들의 성폭행의 주범이며 농아들에게 폭력과 학대를 일삼는 이강석, 이강복은 쌍둥이 형제로 자애학원의 실질적 권력자이다. 이들은 또한 영광제일 교회의 장로이며 무진시의 상류 권력계층으로 그려진다. 이런 권력의 배경을 뒷배로 후에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될 때 큰 특혜를 받는다. 이들의 집안은 선친 때부터 정부로부터 받은 복지 사업금을 비리로 투자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집안이다.

기숙사 생활지도 교사인 박보현이 같은 죄목으로 함께 재판을 받게 되는데, 장애아들을 상대로 추악한 악행을 저지른 이강석 형제는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들의 교회의 힘과 그간의 돈으로 이어온 인맥으로 금방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고, 돈이 없어서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었던 박보현은 오히려 실형을 살게 된다. 그리고 불의에 맞서 장애아들의 편이 되어 싸워왔던 주인공 강인호는 가족과 자애학원 사이에서 극심한 고민과 갈등 끝에 무진을 떠나 소시민의 삶에 안주하게 되면서 끝이 난다. 후에 상처를 받았던 농아들이 임시로 거처하는 공간이 생기긴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치료가 된 것인지, 그리고 아이들을 괴롭힌 그들은 결국 언제쯤 제대로 처벌을 받게 될지 명확한 결과가 없는 상태로 소설은 끝이 난다.

 

우리 사회에서 권력이라는 절대적인 집권층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흔히 집권층이라 불리는 거대하고 절대적인 권력이 저지른 만행에 대하여 잘못을 논한다면 이 세상에 그를 처벌할 사람들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보여 지는 사건들과 그 권력에 대항하는 소시민과 우리가 보호해 줘야 할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너무도 속상하여 가슴이 답답하다.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리고 정말 그 만행을 저지른 자들이 궁극적으로 법을 교묘하게 피하여 자신들의 죄목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 준다. 이 소설은 안개도시 무진에서 벌어지는 한 청각 장애인 학교인 자애학원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과 소송에 대하여 담고 있다. 지적 장애와 청각을 가진 아이들을 상대로 벌어진 성폭행, 성추행, 폭행, 그리고 아이들의 자살에 이르게 한 이야기들이 학교라는 신성한 장소에서 그것도 학교의 리더이자 최고 경영자인 교장, 교사, 기숙사교사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하여 힘없는 아이들을 짓밟은 이야기이다.

그들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정부의 자금을 아주 뻔뻔히 자신의 주머니에 챙기는 것에만 급급할 뿐 아이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조금도 돌보지 않았다. 또한 권력의 행포자들인 그들은 제대로 돌봐줄 곳이 없어 이 학교에 보내져서 기숙사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이 불쌍한 아이들을 상태로 자신들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짐승 같은 행동을 일삼았던 것이다. 솔직히 가진 자들인 그들 즉 권력의 핵심인물들은 돈이 없는 것 도 아니었고 그 돈으로 성을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없고 순수한 아이들을 폭행하고 성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절대로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떻게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그와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인지 정말,,흥분의 도가니에서 난 헤어져 나올 수 가 없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진실은 외로울 뿐만 아니라 그 진실의 힘이 참으로 미약 하다는 점이었다.

진실이 이기긴 커녕 절대 권력을 가진 집권층에게 진실은 완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점 그래서 이 세상에서 늘 진실이 승리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인 강인호의 마지막 행동에 대해서도 실망과 함께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이 도가니탕의 현실에 일원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더더욱 무거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보게 되면서 과연 그와 다른 선택을 한 그의 선배인 인권센터의 서유진처럼 절대 권력에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그 행동을 해 나갈 자신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정말 외롭게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는 포기를 모른 채 권력에 항거를 했다. 아주 무식하고 아주 저돌적으로 말이다. 그녀는 소리 없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바위에 계속 맨손으로 주먹을 쳐 댔다. 그 움직임은 아주 미세하지만 여론과 힘없는 장애아들의 가족 그리고 뜻이 있는 언론을 통해 미동을 보여준다. 아주 작은 희망의 줄기를 아이들에게 내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래도 그들이 임시로나마 쉴 수 있는 곳이 생겨서 말이다. 결국 이곳은 나중에 권력에 의해 허물어져버리고 말지만.

이번 감상문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만약에 내가 강인호의 역할이 되어서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고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다른 부분들이 많다면, 그처럼 선택하고 행동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다. 그렇게 적당하게 현실에 타협하고 권력에 비켜서서 도망 갈 수밖에 없는 그런 마음들 말이다. 그의 행동이 결코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쉽게 비난 할 수도 없다. 누구나 변화에 대해서 그것도 좋지 못한 변화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불안감과 공포를 느낀다. 강인호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아이들에 대한 사명 없이 시작한 교직의 생활이 그의 전부를 내버릴 만큼 소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생활이 불안하고 낮은 상태로 변화하는 것 또한 그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안정과 생활이 그에게는 더 소중했던 것이다. 그리고 서유진이 있었으니까 자기 대신 그녀가 아이들을 보살펴 줄 것이라는 책임전가 의식이 그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 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그가 서유진과 끝까지 함께 해 주기를 원했고, 그가 끝까지 떠나지 않기를 바랬다. 그래서 그 가엽고 불쌍한 아이들에게 그가 처음 수화로 보여 주었던 시처럼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쳐주고 자라나게 해 주기를 기도해 보았었다.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고, 아직 그 실화에서의 문제들이 제대로 논의와 판결이 안 된 상태이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본의 아니게 나의 마음이 더 격하고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았던가 싶다. 소설이 아닌 실제의 상황에서는 그 아이들이 권력이라는 그늘아래에 이제 더 이상 숨죽여 살지 않고, 늦었지만 그 아이들 하나하나가 우리가 누리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이제 더 이상 아프거나 힘들지 않기를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 서유진이 했던 얘기 중에 이 책을 덮고서도 계속 생각이 나는 구절이 있었다. 그것은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라는 이 구절 이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버려질 대로 버려지고 타락할 대로 타락한 세상에 큰 기대나 미련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옳은 일에 대한 믿음만은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은 진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모습에서 이런 하나의 작은 믿음들이 그리고 그런 자신을 지키는 신념들이 어쩌면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가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