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이의 11월 독후감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저

K히메 2010. 12. 1. 18:33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저 2009.7

 

 언제부터 한비야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기 , 한비야라는 사람을 알게 된건 방송이 먼저였던것 같다. 무릎팍도사에 한비야 편이 방송되면서 그녀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그리고 국제국호단체에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는 정말 멋지게 비춰졌다. 티비에서 그녀에 대하여 점점 알아가면서 어느 순간 한비야라는 사람은 나에게 가치관의 롤모델이 되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여행을 통해 얻은 삶의 지식과 교훈을 통해 국제사회에 봉사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공유하고 나누려 애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책부터 다시 읽어보고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 받은 지 1년이 넘어간다. 다시 한번 책을 읽고 정리해 보면은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남을 것 같기에 다시 이 책을 펴게 되었다.

 이번에 쓴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라는 책은 그녀가 구호팀장으로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활했던 모습들을 고스란히 책으로 낸 에세이다. 이 책만 읽어도 한비야란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수가 있고 구호단체의 일원으로서의 삶이 어떤지, 그녀가 오지에서 구호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다 알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크게 공감가는 세가지를 중점적으로 써보고자 한다.

 

-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가?

 

한비야의 책을 보면 첫 번째 단락에 본인의 행복감에 대한 얘기와 정의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하지만 책 전반적인 내용의 궁극적인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는 자신의 행복감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 생각 때문에 자신은 오지에 가서 구호 역할을 하고 자신의 작은 행동과 배려가 한 사람을 살리고 그렇게 얻은 그 사람의 행복감 또한 자신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기에 그녀를 더욱 열정적으로, 적극적으로 구호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또 그 일에 만족하며 살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하는 한비야. 정말 멋지다.

 첫 장을 읽으면서 내 자신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에게 절대적인 조건이라는 게 있을까? 그리고 난 지금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다면 왜 나는 행복을 느끼지 못할까 등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내 자신에게 하게 되었다.

 책에서 말하는 한비야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행복감을 맘껏 느끼며 사는 사람이었다. 집이 산에 가까워서 등산을 맘껏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비 오는 날 산에서 내려와 오뎅이나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서, 자신의 성이 한씨라서, 짐바브웨에서 어렵게 구한 라면 한 봉지와 한국 책 몇 권에서 등 심지어는 자신의 너무 쾌활한 성격까지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하지만 어찌 보면 너무 바보스러울 수도 있을 만큼 자신의 일상 여기저기서 행복감을 충분히 느끼며 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과연 난 왜 한비야와 다르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별로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도 한비야처럼 원하면 언제든지 갈 산이 있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무 때나 사먹을 돈도 있고, 여행도 갈 수 있는데 실상 내 자신은 크게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 행복감이 너무 작은 것이라서 그냥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행복을 너무 큰 것에서만 찾으려다 보니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에 감동받지 못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은 꼭 수십억의 돈을 갖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해외 여행을 맘껏 다니는 것과 같은 일차원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갖지 못 한 것만 쳐다보느라 정작 자신이 이룬 여러 가지들을 잊고 살아서도 안 된다.

 결국 행복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더 행복해 질 수도 불행해 질 수도 있음을 그녀의 책을 통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첨엔 공감이 안 갔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오늘은 멀쩡하지만 내일 무슨 일이 생겨서 신체 일부를 못쓰게 되면 그 순간부터 우린 스스로에게 불행해 졌다고 한다. 그리고 건강했던 어제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뭐라도 하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것만 봐도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일분 일초 또한 기적의 연속이며 이런 기적을 매 순간 누리며 사는 우린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문제, 알면서도 잊고 살아간다는 것.

 

- 구호팀장으로서의 한비야, 그리고 종교

 

 예전에 방송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가 그녀는 잠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20살 때 학비와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잠도 잘 못 자면서 억척같이 일하느라 생긴 습관이라고 했다. 나와는 한참 다른 모습이다. 월드비전에서 구호팀장으로 산 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비야가 외국계 기업에서 나름 잘나가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탄탄대로를 달리는 도중 자신의 꿈을 위하여 회사를 버리고 여행을 떠났고, 그 이후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으로 들어가 구호팀장까지 올랐다. 만약 그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면 다른 대기업 팀장과 같이 바쁘더라도 좋은 대접도 받고 월급도 빵빵 하게 받으며 쾌적한 생활과 지위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지에서의 구호팀장은 항상 고되고 위험하고 무엇보다도 나보단 남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봉사정신이 필요한 특수 직업일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를 구호팀장으로 있게 해준 건 본인이 일에 적성도 맞고 열심히 하려 노력하는 것도 있지만 뒤에서 그녀를 보호해주고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시는 하나님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순간 위험이 들이닥칠 때마다 한비야는 주님의 도움이 있어서 그 순간을 모면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 무교이거나 종교에 대해 심한 회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하긴 힘들 수도 있지만 설령 신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렇게 믿고 그런 믿음이 자신을 더욱 훌륭하게 나갈 수 있는 원천이 된다면 그렇게 믿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 중 하나는 한비야라는 사람은 참 하나님께 많은 기도를 했고 그로부터 많은 응답을 받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 말을 빌리자면 기도를 많이 하고 굳은 신앙심을 유지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는데 아직 그런 체험을 많이 못해봐서 큰 공감이 생기진 않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그런 믿음이 나를 더욱 굳건하게 지탱해 주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내게도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아닌 듯 싶다.

 

- 그녀가 원하고 바라는 세상

 

 책 중반까지는 한비야라는 사람에 대한 얘기와 그녀가 독자들에게 인간 한비야로서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주된 내용이었다면, 후반에 갈수록 그녀가 오지 중 특히 아프리카 쪽 구호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얘기들과 구호팀장으로서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주를 이루었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 둘을 꼽으라면 단연 마실 물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동물들이 배설도 하고 마을 사람들도 배설을 하는 그런 정화되지 않은 더러운 물을 먹고 사는 아이들 이야기였다. 면역력도 약한데 살기 위해 먹다 보니 몸에 기생충이 자라게 되고 그 기생충은 사람 몸 여기저기를 막 뚫고 나오는 믿지 못할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더욱 웃긴 이야기는 매달 3000원이면 정수시켜주는 알약을 그들에게 지원해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한 가족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매번 정수하지 않고 약 7백만원이면은 우물을 팔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물을 파게 되면은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물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있다고 하니 같은 하늘아래 살면서 이렇게 상반된 삶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일이다. 700만원, 아마 내가 일년에 쓰는 돈이 저 돈은 족히 넘을 것이다. 내가 1년 쓰는 돈으로 한 부족을 살릴 수 있다니!!

 우리들에게 있어 물이 소중하다는 건 알지만 직접 피부로 와 닿지 않기에 하루에도 무의식 중에 흘려 보낸 물의 양이 결코 적지가 않다. 누군 가에겐 생명을 이어줄 수 있는 물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는 생각에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하나는 주로 아프리카 북부에서 행해지는 전통인데 어린 여자아이한테 할례라는 의식을 강요하는 것이다. 여성 할례란 여성의 외부 성기를 잘라내어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수 천년 된 관습으로 시술 또한 마취 없이 동네에서 의식을 행하는 노인들이 행한다. 이런 의식으로 인해 소변을 보는데도 10분이라는 고통을 참아야 하며 출산하다가 죽음으로 이르기도 훨씬 쉽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이런 의식이 아프리카에서 치러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하니 이들의 아픔과 고통이 누구의 귀에 들릴 수 있겠는가?

 한비야는 아프리카 구호 활동 중 남편에게 버림받고 마을에서도 버림받은 한 여자아이를 만났다고 한다. 할례라는 수술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자 아이에게 그저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을 뿐이었는데 그녀를 난생 처음으로 활짝 웃게 만든 기적을 이뤄냈다. 구호라는 게 꼭 돈을 많이 내는 것만이 아니라 지옥과도 같은 현장에서 그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엄청난 위로와 희망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지 그들을 걱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엄청난 위안이 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과연 그녀가 원하고 바라는 세상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국 그녀가 바라는 것은 세상 모두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해주며 힘들 때는 위로도 해주고 기쁠 때는 함께 웃어주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지구 곳곳에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램이 아닐까 싶다.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그보단 우리 모두가 서로 행복해 지는 세상,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살기 보단 남을 행복하게 해서 나도 행복해지게 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 같다.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그녀의 직업이 어떻든, 그녀가 어디에 있든, 그녀의 종교가 무엇이며, 그녀가 누구와 있든 결론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지금도 자신의 행복감과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구호단체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주는 메시지 중에 또 하나는 아직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한비야의 이 대답이 많은 해답을 줄 것 같다.  왜 이 직업을 택했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이 일이 내 피를 끓게 하기 때문이니까요' 라고...

 누구나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하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살다 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 가정에 대한 걱정에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이 둘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초심을 잃어버리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그냥 그저 남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그럴수록 한비야 같은 사람을 더 부러워하게 되고 멋지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저 사람은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쩌면 그 과도기에 있는 사람인지 한비야가 정말 멋지게 느껴진다.

 이 책이 어찌 보면 그녀의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을 적은 책일 수도 있지만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혹은 이 책을 어떤 관점으로 읽느냐에 따라서 참 다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나도 그녀처럼 이 세상 누군가에게 믿음이 되고 희망을 줄 수 있고 용기가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이미지 보기

 

추신: 한비야는 현재 보스턴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덧 붙인다.